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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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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주의 2012. 7. 23. 01:16

에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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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지 3일째 되는 날 월요일 10시반 나는 병동에서 행해지는 미술치료라는걸 받게된다 두근두근 내가 어떻게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직도 기억나는 [한지를 이용해서, 내 인생의 봄날을 표현해봅시다]. 사실 매주 월요일 치료시간마다 여러 주제를 받았지만 그 주제대로 그려본적은 거의 없다. 난 그리고 싶은걸 그렸고 늘상 주제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내 그림을 설명해야했다. 그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봄날에 대하여 딱히 제대로 고민해보지도 생각조차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옥상에 올라가있는 나랑 마리를 그리고 싶었고 그래서 고등학교때 종종 옥상에 올라가곤했다고 그게 내 인생의 봄날이었노라 설명했다. 중요한건 그안에서 연필마저도 제한된 내가 그것 이외의 재료로 그림을 그릴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비록 크레파스와 색연필이나 파스텔일지라도 말이다. 색을 채워넣을수있는 기쁨. 부드러운 질감. 1시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그림을 완성했다는 만족감에 뿌듯해하기도 모자라 안타깝기 그지없게 난 그날 한지 자르는데 사용한 가위중 가장 날카로운 친구를 내 도화지 아래에 숨겨두었다가 환의 주머니에 숨겨 집단치료실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한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가위 갯수가 하나 모자르 다는것을 바로 알게되고 환자들의 환의를 확인하지만 난 이미 내 침상 밑으로 가위를 숨긴 뒤였다. 급기야 cctv를 확인하기까지 이르는데 이때를 틈타 나는 조용히 가위를 갖고 화장실 변기칸에 숨었다. 실처럼 날카로운 면도날에 익숙했던 내가 가위로 내 팔뚝을 베는건 너무도 힘든 작업이었다. 감자껍질 깎는 칼로 무를 써는 느낌. 웃긴건 나한테 시간이 얼마 없다는걸 내가 안다는 것이었다. cctv를 간호사 선생님들이 다 본다면, 내가 사라졌다는걸 안다면, 날 잡으러 다 올텐데 그러면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하나 그전에 난 내 팔을 베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이마음을 어떻게 하면 설명할 수 있을까. 정신병자의 마음을.

입술을 콱 깨물고 눈물을 훔칠 정신도 버리고 나는 베기 시작한다. 한번도 그런건 해본적이 없었다. 난 매우 곱상하고 예쁘게 베어만 왔었다. 우악스럽고 무식하게 베는건 내 취미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생존본능이라도 느낀다는 마냥 쫓기는 가젤처럼, 내 손의 가위를 처절하게 잡고 그어야했다. 아 달려야했다. 그건 잔악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내겐 그렇게 당시로서는 가장 질나쁜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아팠냐고? 왜 안아팠겠냐. 죽을듯이 아팠다고 하면 끔찍하게 엄살인거 알지만 정말 죽을듯이 아팠다. 엉망이었다. 팔도 정신도 세상도 다 엉망이었다. 그리고 아마 나를 찾았던거 같다. 이정문님 안에 계시냐고 안에서 뭐하시냐고. 나는 안에 있다고 했던거 같다. 죄송하다고. 가위 여기에 있다고.

자해환자들에게 쏟아지는 미친거아냐? 또라이새끼 싸이코년 이라는 끔찍한 소리들이 날 너무 아프게 한다. 사실은 나도 사람이다. 어떻게 상처를 받지 않겠는가. 나도 나라고 좋아서 그렇게 생각을 하겠는가. 하고싶어서 하겠는가.말이다. 소리를 크게 지르고 싶다. 죽어버리고싶다. 나도 너처럼 정상이고 싶어. 왜 내가 설마 비정상이고 싶어서 비정상을 선택이라도 했겠니 내가. 이건 그냥 아픔이다. 하나의 존재하는 아픔이다. 아픔은 아주 쉽게 암덩어리처럼 커지고 폭발한다. 부탁이니 만지지 말아줬으면 제발. 금이 가지 않도록. 난 세상에 그것 하나만을 부디부디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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