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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0. 1. 17. 17:47二十四番 花信風
여기 한 사람이 있네
그는 도망하는 사람이다
수천만 킬로미터 밖에서 추격하는 어떤 화살로부터의 도주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본능적인 회피는 어느새 생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살은 달처럼 쫓아온다
이 필사적인 생존의지는 이미 나침반이 되어 달린다
그로서는 사실 보이지 않을 노릇이다
여기 한 화살이 있네
이것은 뒤쫓는 화살이다
수천만 킬로미터 멀리의 어떤 심장 뛰는 표적을 기약하는 비행이다
이 뜨거운 궤도는 태초의 솟구쳐 오른 힘에 더함도 감함도 없이 왔다
하지만 적중의 순간은 화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에 의해서 시작되리라
이 팽팽한 운명은 어느 과녁을 달리게 하는 약속으로서
화살은 이렇게 하늘로 쏘아져 왔다
그리고
훗날 나는 경주를 멈추고 넓은 들판으로 나가
가슴을 드러내놓고 이제 날아오는 지평선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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