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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1. 4. 6. 23:31아파트먼트
나 라는 공간은 한 없이 작았고
누군가들은 누울 자리를 찾아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토록 좁은 자리에 이들을 한층 한층 묻어 쌓아야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찾아왔고 난 그렇게 어느샌가 키가 훌쩍 컸다
한참을 자란 후에야 고개 밑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역시 꾸역꾸역 번식해왔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뿐이었다
이제와서 탑을 무너뜨린다고 돌아올 양지는 어디에도 존재치 않아서
밤이면 다시끔 이창문 저창문에 불이 켜졌지만
어느 한순간도 그 모두가 켜지거나 그 모두가 꺼지는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결코
누구도 이웃의 신호를 읽지 못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사실 그들은 사람의 얼굴조차 구분할 줄 몰랐다
어느집이건 적어도 꼭 하나씩은 죽은 방이 생겼고
그 방은 문 대신에 뚜껑이 열렸다가 닫혔다
엘레베이터만이 이곳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마치 심장처럼 죽어서도 펌프질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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