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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0. 1. 17. 17:29눈이, 물이
내 앞에 하얗게 눈이 왔습니다.
낯설어 두근거리던 나는
이 아름다운 것을
이 세상 모두에게 보여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수줍은 하얀 것을 두 손에 그렁 쥐고 달렸습니다.
눈밭을 벗어난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이것은 모두 녹고 말았습니다.
나는 돌아가 이 조용한 것들을 주워 모아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또 녹고 맙니다.
다시 돌아가 한 움큼 쥐고 달렸습니다.
아픕니다. 무언가를 쥐고 가는 것이란
아픕니다. 무언가를 위해 달리는 것이란
내 달림은 일만 개의 해와 달을 따라갔습니다.
아픕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는 것이란
또 그만 주르륵 흩어져버려
퉁퉁 부은 두 손은 내 헛된 눈물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내 눈앞에
바다가 보입니다.
내 헛된 걸음과 내 헛된 달림이 내 헛되게
녹아버린 눈이 고이고 모여 푸르러진
바다가 다만 아득히
내 눈앞에서
이 세상 모두의 눈앞에서
낯설고 수줍게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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