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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틸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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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4. 6. 23:44

시, 시, 비, 비


김민정

사랑해라고 고백하기에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이보다 더 화끈한 대답이 또 어디 있을까 너무 좋아 뒤로 자빠지라는 얘기였는데 그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서 그 흔한 줄행랑에 바쁘셨다 내 탓이냐 네 탓이냐 서로 손가락질하는 기쁨이었다지만 우리 사랑에 시비를 가릴 수 없는 건 결국 시 때문이다 줘도 못 먹은 건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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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2. 14. 14:33

세월에 대하여

이성복

1
석수의 삶은 돌을 깨뜨리고 채소 장수의 삶은
하루 종일 서 있다 몬티를 닮은 내 친구는
동시상영관에서 죽치더니 또 어디로 갔는지
세월은 갔고 세월은 갈 것이고 이천 년 되는 해
아침 나는 손자를 볼 것이다 그래 가야지
천국으로 통하는 차들이 바삐 지나가고
가로수는 줄을 잘 맞춘다 저기, 웬 아이가
쥐꼬리를 잡고 빙빙 돌리며 씽긋 웃는다

세월이여, 얼어붙은 날들이여
야근하고 돌아와 환한 날들을 잠자던 누이들이여


2
피로의 물줄기를 타넘다 보면 때로 이마에
뱀딸기꽃이 피어 오르고 그건 대부분
환영이었고 때로는 정말 형님이 아들을 낳기도
했다 아버지가 으흐허 웃었다 발가벗은
나무에서 또 몇개의 열매가 떨어졌다 때로는
얼음 깔린 하늘 위로 붉은 말이 연탄을
끌고 갔다 그건 대부분 환영이었고 정말
허리 꺾인 아이들이 철 지난 고추나무처럼
언덕에 박혀 있기도 했다 정말 거세된
친구들이 유행가를 부르며 사라져 갔지만
세월은 흩날리지 않았다 세월은 신다 버린 구두
속에서 곤한 잠을 자다 들키기도 하고
때로는 총알 맞은 새처럼 거꾸로 떨어졌다
아버지는 으흐허 웃고만 있었다 피로의 물줄기를
타넘다 보면 때로 나는 높은 새집 위에서
잠시 쉬기도 하였고 그건 대부분 환영이었다.


3
세월은 갔고 아무도 그 어둡고 깊은 노린내 나는
구멍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했다 몇 번인가 되돌아온
편지 해답은 언제나 질문의 잔해였고 친구들은
태엽 풀린 비행기처럼 고꾸라지곤 했다 너무
피곤해 수음을 할 수 없을 때 어른거리던
하얀 풀뿌리 얼어붙은 웅덩이 세월은 갔고
매일매일 작부들은 노래 불렀다 스물 세 살,
스물 네 살 나이가 담뱃진에 노랗게 물들 때까지
또 나는 열 한 시만 되면 버스를 잡아 탔고

세월은 갔다 봉제 공장 누이들이 밥 먹는 30분 동안
다리미는 세워졌고 어느 예식장에서나 30분마다
신랑 신부는 바뀌어 갔다 세월은 갔다 변색한
백일 사진 화교들의 공동묘지 싸구려 밥집 빗물
고인 길바닥, 나뭇잎에도 세월은 갔다 한 아이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번잡한 찻길을 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불쌍했고 어떤 사람은 불쌍한
사람을 보고 울었다 아무 것도 그 비리고 어지러운
숨 막히는 구멍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했다


4
나는 세월이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나는 곱게곱게 자라왔고 몇 개의 돌부리 같은
사건들을 제외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 어려운 수업시대, 욕정과 영웅심과
부끄러움도 쉽게 풍화했다 잊어버릴 것도 없는데
세월은 안개처럼, 취기처럼 올라온다
웬 들 판 이 이 렇 게 넓 어 지 고
얼마나빨간작은꽃들이지평선끝까지아물거리는가


그해
자주 눈이 내리고
빨리 흙탕물로 변해 갔다
나는 밤이었다 나는 너와 함께
기차를 타고 민둥산을 지나가고 있
었다 이따금 기차가 멎으면 하얀 물체가
어른거렸고 또 기차는 떠났다...... 세월은 갔다

어쩌면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돌아서
출렁거리는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갈 때

너는 발을 동동 구르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나는 네가 잠자는 두 평 방이었다
인형 몇 개가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고
액자 속의 교회에서는 종소리가 들리는......
나는 너의 방이었다
네가 바라보는 풀밭이었다
풀밭 옆으로 숨죽여 흐르는 냇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문득 고개를 떨군 네
마음 같은,
한줌
공기였다)

세월이라는 말이 어딘가에서 나를 발견할 때마다
하늘이 눈더미처럼 내려앉고 전깃줄 같은 것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본다 남들처럼
나도 두어 번 연애에 실패했고 그저 실패했을
뿐, 그때마다 유행가가 얼마만큼 절실한지
알았고 노는 사람이나 놀리는 사람이나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세월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갔고 나는 또 몇 번씩
그 비좁고 습기 찬 문간을 지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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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의 희망

기형도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을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 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에 앉아 있었네
김은 약간 몸을 부스럭거린다, 이봐, 우린 언제나
서류 뭉치처럼 속에 나란히 붙어 있네, 김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아주 얌전히 명함이나 타이프 용지처럼
햇빛 한 장이 들어온다, 김은 블라인드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가볍게 건드려도 모두 무너진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네
김은 그를 바라본다, 그는 김 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튀긴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즐거운가, 과장을 즐긴다는 것은 얼마나 지루한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
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
한번 꽂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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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2. 4. 14:46

추억에 대한 경멸

기형도

손님이 돌아가자 그는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겨울 저녁, 집 밖을 찬바람이 떠다닌다
유리창의 얼음을 뜯어내다 말고, 사내는 주저앉는다
아아, 오늘은 유쾌한 하루였다, 자신의 나지막한 탄식에
사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쾌해진다, 저 성가신 고양이
그는 불을 켜기 위해 방안을 가로질러야 한다
나무토막 같은 팔을 쳐들면서 사내는, 방이 너무 크다
왜냐하면, 하고 중얼거린다, 나에게도 추억거리는 많다
아무도 내가 살아온 내용에 간섭하면 안 된다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던 사내가 한숨을 쉰다
이건 여인숙과 다를 바 없구나, 모자라도 뒤집어쓸까
어쩌다가 이봐, 책임질 밤과 대낮들이 아직 얼마인가
사내는 머리를 끄덕인다, 가스 레인지는 차갑게 식어 있다
그렇다, 이런 밤은 저 게으른 사내에게 너무 가혹하다
내가 차라리 늙은이였다면! 그는 사진첩을 내동댕이친다
추억은 이상하게 중단된다, 그의 커다란 슬리퍼가 벗겨진다
손아귀에서 몸부림치는 작은 고양이,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독한 술을 쏟아붓는, 저 헐떡이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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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2. 4. 14:41

편지

이성복


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2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기억을 버릴 거요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나는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소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할 수 없소
결혼 할 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 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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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2. 4. 14:35

미혼과 마흔


김민정

학익동이요 했는데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끽동 한복판이었다 쉽게 불러요 쉽게 부르지 그렇게 불려 온 40여 년 동안 어둠 깜깜할 수록 빨강으로 더 환해지던 옐로 하우스의 안마당, 입대 전날 아빠의 동정도 머뭇거리다 여기 와 묻혔다는데 지금이라도 캐갈 수 있을까요? 돌아봤다 돌이 된 엄마가 돌아보지 마 신신당부했거늘 떨어뜨린 문학개론 주우려다 눈이 마주친 끽동 언니는 하이힐 끝으로 책장 위에 올라선 채 이렇게 말했다 뭘 째려 쌍년아, 너도 인하대 나가요지? 길 하나를 맞각으로 캠퍼스 저 푸른 잔디를 담요 삼아 끽동 언니들은 짝짝 껌을 씹어가며 딱 딱 화투장을 쳐댔고 그러다 간질거려 죽을 지경이면 뒷물 세숫대야를 듥 나와 지나가던 여대생들을 향해 뿌려대곤 하였다 쟤들이 젤로 재수 없어 퉤, 침 뱉었지만 물 마르기 전에 물 뿌리기 바쁜 끽동 언니들의 목마름이란 그 가래도 아까워라 자갈처럼 나날이 입 다물어야 했는데 세라복을 입은 채 놀다가, 웬 사람의 팔을 잡아끌 때 그 땀방울도 아껴라 잠시도 장독대처럼 일어날 줄 몰랐는데 어느 날 끽동이요 했는데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학익동 새 아파트 단지였다 신호등 좀 건너다녔을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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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눈감기 2010. 12. 11. 01:40

정신없이무빙무빙2

101209
identity 존쿠삭은 뭐랄까 사람을매우편안하게만든다 이사람만큼은나쁜사람이아니겠지라는이상한안심 아마도 그가악역으로나오는영화가있다면 결코보고싶지않다 파이트클럽을 그전날본직후라 다중인격에 관한 플롯에대해서는 그리충격이아니었지만 마지막반전은 역시조금 으 스토리의 주 배경이 '무진장 쏟아지는 비와 싸구려모텔 그안에서 고립된사람들'이라 예전에 종우랑 같이디엠비로 삐급공포영화보던게 계속 떠올랐지만 오늘 종우는과외중이었고나는내방에혼자였다 그래서역시힘들었다고밖에말못하겠군 이야기가많이 삼천포로빠지긴했는데 결론을 간단히 말하자면 영화를다본뒤누가어떤인격이었고무얼상징하는지물론감독이그걸의도한게아니었더라도한번끼워맞춰보는게흥미로운사후작업인영화
boy girl thing 아이덴티티가꽤나무서웠기때문에가볍고적당히유치한영화로 나를좀진정시킬필요가있었다 남녀체인지코미디드라마 낙찰 하하 영화설정상 아무리 대충만들더라도 웃기 쉬운 구조긴 함 내용의비약이 조금심하긴해도일단시작부터가상식을뛰어넘는거니깐 하여튼가네 나도남자몸을써보고싶군 이겠다 아졸려

(무빙무빙이아닌이야기)
종우가하는콜옵5감상 아 죽인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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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눈감기 2010. 12. 10. 01:03

정신없이무빙무빙

그저께부터 24달리다가 시작된 (급)영화감상

3idiots 미리그람수준의가벼운웃음을기대하고봤더니의외로진지 안경패치(여주인공말고 남주인공말하는거임) 금세기최고의키스 신지극히개인적인의견그리고금세기라함은21세기 아 안경모에모에
mysterious skin 묵비권을 행사하겠음(하악)
legally blonde 1 뭐여러본영화지만 다시봐도뭐나는 저렴한입맛이라 괜찮았음 2는 같이 받아놓고안봄 찾아보니까 3도있던데 한국에서는 개봉안했나봄 갑자기 저급 하이틴무비들이보고싶어지는군
catch me if you can 영화인줄모르고 자주썼던말인데 여튼 이번기회에 제대로감상 거짓말은 나쁜거다
fight club 앹 라스트 그나저나 그게진짜 마지막장면이었을줄은 허참
billy elliot 마찬가지로 드디어 여튼 엉엉 흑흑

24 이건미드잖아이녀나 사실 미드제대로몰아서본건이게처음 (인듯) (영드제외) 흠 잭바우어 근데이거 시즌8의 13?14?편부터봐서 그앞은모름 원래 1편부터다시주행할예정이엇는데 결말보고나니까 그닥 음 미스테리어스스킨에나오는 외계인변태녀가 클로이 인건 재밋는사실 ㅋㅋㅋ 아 지금생각해보니 빅뱅이론이랑하우아이맽을몰아서보긴했었음 까묵..

앞으로 영화나 계속볼예정이라 일단 감상의 의미라기보다는 기록의 의미로 적어둠 담주시험6개임
컴퓨터로는 절대 결코 네버 에버 영상을 감상하지못하던(뭔가 선택과집중의문제로..) 내가 하루 왠 종 일계속 곰플만켜놓고 (토렌트도잇군아하) 귤까먹는 내자신이 뭐랄까 매우
존경.

아 그리고 엠마(모리 카오루)도 봤음 그런만화는 별로취향이긴한데 갑자기 배가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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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성복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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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는 이름의 오바

김민정


서울역 계단에서 다다다다 굴렀던 날 일으켜준다더니 그 손으로 자빠뜨리는 오빠를 만났다. 안 그러면 뼈가 상한단다.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세 번째 앰뷸런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 막히는 오빠, 오빠는 붕대 대신 두루마리 휴지로 깁스를 해 준다고 풀럭거리는데 비가 와 퉁퉁 불은 휴지들이 고름처럼 내 몸에서 솟아나잖아요. 안 그러면 뼈가 상했을 거야,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다섯 번째 앰뷸런스, 달이 뜨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막히는 오빠, 오빠는 식염수 대신 정액으로 소독해준다고 싸대고 앉았는데 빨아들이지 말아요 그날의 둘째 날이라 창자가 내 피로 흥건하잖아요 안 그러면 뼈가 상해버렸을 거야,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일곱 번째 앰뷸런스, 수만 별이 떴다 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 막히는 오빠, 오빠는 목발 대신 제 허벅다리로 내 다리가 되어 준다고 도끼를 들고 설쳐대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더니 아이쿠 무거워라, 지게처럼 내 등뼈가 휘고 포대기 같은 내 자궁이 터지려 하잖아요. 안 그러면 뼈마저 상해버리고 없을걸, 이 오빠만…… 에그 철딱서니야 믿긴 뭘 자꾸 믿으라는 거야. 아무도 찍어먹지 않아 배달시킨 그대로의 춘장처럼 시꺼먼 살점의 오빠가 왕따 당해서는 안 돼 절뚝거리며 사막 너머 아프리카로 향해 가는 길 위의 나는 벌써부터 극성스런 엄마라는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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