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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4. 6. 23:44시, 시, 비, 비
김민정
사랑해라고 고백하기에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이보다 더 화끈한 대답이 또 어디 있을까 너무 좋아 뒤로 자빠지라는 얘기였는데 그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서 그 흔한 줄행랑에 바쁘셨다 내 탓이냐 네 탓이냐 서로 손가락질하는 기쁨이었다지만 우리 사랑에 시비를 가릴 수 없는 건 결국 시 때문이다 줘도 못 먹은 건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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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1. 2. 4. 14:35미혼과 마흔
김민정
학익동이요 했는데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끽동 한복판이었다 쉽게 불러요 쉽게 부르지 그렇게 불려 온 40여 년 동안 어둠 깜깜할 수록 빨강으로 더 환해지던 옐로 하우스의 안마당, 입대 전날 아빠의 동정도 머뭇거리다 여기 와 묻혔다는데 지금이라도 캐갈 수 있을까요? 돌아봤다 돌이 된 엄마가 돌아보지 마 신신당부했거늘 떨어뜨린 문학개론 주우려다 눈이 마주친 끽동 언니는 하이힐 끝으로 책장 위에 올라선 채 이렇게 말했다 뭘 째려 쌍년아, 너도 인하대 나가요지? 길 하나를 맞각으로 캠퍼스 저 푸른 잔디를 담요 삼아 끽동 언니들은 짝짝 껌을 씹어가며 딱 딱 화투장을 쳐댔고 그러다 간질거려 죽을 지경이면 뒷물 세숫대야를 듥 나와 지나가던 여대생들을 향해 뿌려대곤 하였다 쟤들이 젤로 재수 없어 퉤, 침 뱉었지만 물 마르기 전에 물 뿌리기 바쁜 끽동 언니들의 목마름이란 그 가래도 아까워라 자갈처럼 나날이 입 다물어야 했는데 세라복을 입은 채 놀다가, 웬 사람의 팔을 잡아끌 때 그 땀방울도 아껴라 잠시도 장독대처럼 일어날 줄 몰랐는데 어느 날 끽동이요 했는데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학익동 새 아파트 단지였다 신호등 좀 건너다녔을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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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읽기 2010. 10. 26. 05:04오빠라는 이름의 오바
김민정
서울역 계단에서 다다다다 굴렀던 날 일으켜준다더니 그 손으로 자빠뜨리는 오빠를 만났다. 안 그러면 뼈가 상한단다.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세 번째 앰뷸런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 막히는 오빠, 오빠는 붕대 대신 두루마리 휴지로 깁스를 해 준다고 풀럭거리는데 비가 와 퉁퉁 불은 휴지들이 고름처럼 내 몸에서 솟아나잖아요. 안 그러면 뼈가 상했을 거야,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다섯 번째 앰뷸런스, 달이 뜨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막히는 오빠, 오빠는 식염수 대신 정액으로 소독해준다고 싸대고 앉았는데 빨아들이지 말아요 그날의 둘째 날이라 창자가 내 피로 흥건하잖아요 안 그러면 뼈가 상해버렸을 거야,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일곱 번째 앰뷸런스, 수만 별이 떴다 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 막히는 오빠, 오빠는 목발 대신 제 허벅다리로 내 다리가 되어 준다고 도끼를 들고 설쳐대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더니 아이쿠 무거워라, 지게처럼 내 등뼈가 휘고 포대기 같은 내 자궁이 터지려 하잖아요. 안 그러면 뼈마저 상해버리고 없을걸, 이 오빠만…… 에그 철딱서니야 믿긴 뭘 자꾸 믿으라는 거야. 아무도 찍어먹지 않아 배달시킨 그대로의 춘장처럼 시꺼먼 살점의 오빠가 왕따 당해서는 안 돼 절뚝거리며 사막 너머 아프리카로 향해 가는 길 위의 나는 벌써부터 극성스런 엄마라는 무한대.
서울역 계단에서 다다다다 굴렀던 날 일으켜준다더니 그 손으로 자빠뜨리는 오빠를 만났다. 안 그러면 뼈가 상한단다.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세 번째 앰뷸런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 막히는 오빠, 오빠는 붕대 대신 두루마리 휴지로 깁스를 해 준다고 풀럭거리는데 비가 와 퉁퉁 불은 휴지들이 고름처럼 내 몸에서 솟아나잖아요. 안 그러면 뼈가 상했을 거야,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다섯 번째 앰뷸런스, 달이 뜨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막히는 오빠, 오빠는 식염수 대신 정액으로 소독해준다고 싸대고 앉았는데 빨아들이지 말아요 그날의 둘째 날이라 창자가 내 피로 흥건하잖아요 안 그러면 뼈가 상해버렸을 거야, 이 오빠만 믿어. 코맹맹이 소리로 지나가는 일곱 번째 앰뷸런스, 수만 별이 떴다 지기 전에 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 자꾸 부르니까 코 막히는 오빠, 오빠는 목발 대신 제 허벅다리로 내 다리가 되어 준다고 도끼를 들고 설쳐대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더니 아이쿠 무거워라, 지게처럼 내 등뼈가 휘고 포대기 같은 내 자궁이 터지려 하잖아요. 안 그러면 뼈마저 상해버리고 없을걸, 이 오빠만…… 에그 철딱서니야 믿긴 뭘 자꾸 믿으라는 거야. 아무도 찍어먹지 않아 배달시킨 그대로의 춘장처럼 시꺼먼 살점의 오빠가 왕따 당해서는 안 돼 절뚝거리며 사막 너머 아프리카로 향해 가는 길 위의 나는 벌써부터 극성스런 엄마라는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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