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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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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1. 9. 19. 02:40

변기에 휴지를 버리지 마시오



나와선 안되는 것이 나오고 마는 것은 어떤 공포인가

저 아래로 무력히 침전만 하던 너인데 갑자기 중력을 조롱하며 터지는게 아닌가 원래의 모든 것이 눈가림이고 속임수였다는 마냥 숨겨둔 생명력을 회복하며 괴물같이 기어 올라온다 여덟 개의 다리가 보이는것 같은데 나는 온몸으로 진통을 견뎌내야 한다 거짓말처럼 네가 어렵다 안으로 들어간 것은 도로 나올 수가 없고 때문에 그 나올 수 없는 것이 기어코 나오려 함은 네가 잔악하다 너는 잉태되다만 아기다 미숙아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미숙아조차도 덜된 넌 미미숙아다 아주 갑자기 발달과 성장을 때려치고 괴물같은 힘으로 자궁을 뛰쳐나오는 이제 슬슬 네 냄새가 난다 그래 스멀스멀하고 목구멍으로 올라온다 끄우웩

매우 돼지같은 소리에 정적이 깨지며 시허연 변기가 산파처럼 냉정히 너를 받아내고 세상 밖으로 나와선 안되는데 나오고 말아버린 아기일지라도, 사실 아기라기보다 아직은 정액에 좀더 가까운 미미숙아일지라도, 모두 다 똑같이 평등한 아기라는 것처럼 그는 게걸스레 너를 먹어 치운다 난 흡사 탯줄과도 같이 처절하게 늘어진 침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열여덟 고딩임산부(였으나 아 이젠 아닌)열여덟 고딩이 가랑이 오므리는걸 따라하듯이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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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1. 9. 19. 02:38

아주 작고 귀여운


서걱서걱 잘려나가는 내 하얀 정강이를 보고 있자니 겨울 구두 살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제야기어다니기가좀편하겠네너그어정쩡하니다리는왜그렇게긴지돌아다니는거보고있으면아주답답하기그지없거든우리아부지가그러셨어필요없고씨잘데기없는건모조리잘라내버려야된다고어차피너무릎으로겨다니면서그찮아니가개지애냐 응?

나를 달래며 그는 녹슨 톱에 엉겨 붙은 피를 닦아냈다 무릎 아래가 휑하니 빨간데 엄마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하실까 뭐 아무렴 좋으니 그저께 채워준 물통이라도 갈아줬으면 싶어 캉캉 짖어보았으나 밑동밖에 남지 않은 혀에 또 염증이 돋았는지 누런 침만 계속 터져 나온다 비싼 카페트가 타액으로 흥건해지자 그는 욕지거리를 하며 구둣발로 내 엉덩이를 짓이겼다

이게얼만줄알면서그랬지니같은거백마리천마리실어와도못사는거야핥든지빨든지라도해서고대로원상복귀해놔이더러운년아 응?

소리를 꽥꽥 지르더니 그는 분을 삭이려는 듯 키친으로 사라지고 나는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닌까 열심히 쫓아가 몸을 흔들면 그래도 귀엽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않으려나 조금은 고민을 하다 까먹었다 배가 고파와서 그래 텅 빈 입맛이나 다신다 왠지 키친에서 들려오는 오늘 그의 저녁은 고기 냄새가 나고 그러면 나도 아마 그가 남긴걸 아주 조금은 먹을 수 있을 것이고 물론 나는 그게 내 정강이 고기 일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닌까 단지 외로움이 남들보다 좀 더 많아서 그래서 밤이 오면 씨발년아개년아죽을거같냐이족같은년아 응? 나를 안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할 만큼 다만 그저 외로움을 잘 탈 뿐인 사람이닌까 조만간 아마도 곧 나의 더러운 물통을 갈아주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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