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말듣쓰 2009. 8. 2. 22:58민달팽이용
미끈한 몸을 굴려 내밀한 방으로 침투해 간다
누가 이미 잠든 어둠의 장막 속을 기어 간다
벽과 바닥과 천장을 더듬자 단단한 타인의 체취가 물씬 솟아오른다
이 방은 내 방일 수 없다
나는 이 곳에서 잠들 수 없다
무지(無知)하게 코고는 주인을 응시한다
그처럼 잠들던 내가 보인다!
나의 방 가장 깊숙히 수렴하는 소용돌이 끝에 머리를 묻은 채
사유해도 좋고 무아해도 좋고
하루마다의 꿈을 겹겹이 쌓아 견고히 하여도 좋았던
무이한 방과도 같았던 나의 안식 을
되찾고 싶어서
오로지 제 주인만을 재우는 방을 응시한다
여느와 같이 잠에 빠졌던 나의 방으로 숨어들어 왔을 모르는 이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그 머리처럼 잠들지 못하고 부끄럽게 도망쳐 나온다
하늘은 까맣고 들은 추워 내 눈은 감길수가 없음을 탓만 하노니
깨어남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던 성장해 버렸던
이슬로 녹아 버렸던 고치와도 같았던 나의 와실(蝸室) 을
되찾고 싶어서
트랙백
댓글
글
말듣쓰 2009. 8. 2. 22:43단장취의 좋아함
불을 받았어요
집이 추워 홀로 나온 밤
기린같이 간을 버린 최후의 이에게서
불을 받았어요
온 언덕이 눈이다 그 너머도 눈일 것이다
체온은 눈을 녹이지 못하고 눈은 체온을 얼린다
하얀 인간의 군락이 떨고 있다 정지 하고 있다
잠도 추워 찾지 않는 밤
별로 떨어진 하늘의 얼굴에게서
불을 받았어요
어른들의 목에서 피와 얼음 섞인 소리가 터져나온다
내일도 끝나지 않을 눈보라는 맞잡은 심장마저 무섭게 시킨다
아무도 보지 않는 딸애가 빌 듯 외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아이의 입으로 한 없이
제가 잘못 받았어요
겨울은 딸의 영문 모를 눈물마저 눈이 되어 내린다
불을 받았어요
집이 추워 홀로 나온 밤
기린같이 간을 버린 최후의 이에게서
불을 받았어요
온 언덕이 눈이다 그 너머도 눈일 것이다
체온은 눈을 녹이지 못하고 눈은 체온을 얼린다
하얀 인간의 군락이 떨고 있다 정지 하고 있다
잠도 추워 찾지 않는 밤
별로 떨어진 하늘의 얼굴에게서
불을 받았어요
어른들의 목에서 피와 얼음 섞인 소리가 터져나온다
내일도 끝나지 않을 눈보라는 맞잡은 심장마저 무섭게 시킨다
아무도 보지 않는 딸애가 빌 듯 외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아이의 입으로 한 없이
제가 잘못 받았어요
겨울은 딸의 영문 모를 눈물마저 눈이 되어 내린다
불을 받았어요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