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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틸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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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1. 9. 19. 02:38

아주 작고 귀여운


서걱서걱 잘려나가는 내 하얀 정강이를 보고 있자니 겨울 구두 살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제야기어다니기가좀편하겠네너그어정쩡하니다리는왜그렇게긴지돌아다니는거보고있으면아주답답하기그지없거든우리아부지가그러셨어필요없고씨잘데기없는건모조리잘라내버려야된다고어차피너무릎으로겨다니면서그찮아니가개지애냐 응?

나를 달래며 그는 녹슨 톱에 엉겨 붙은 피를 닦아냈다 무릎 아래가 휑하니 빨간데 엄마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하실까 뭐 아무렴 좋으니 그저께 채워준 물통이라도 갈아줬으면 싶어 캉캉 짖어보았으나 밑동밖에 남지 않은 혀에 또 염증이 돋았는지 누런 침만 계속 터져 나온다 비싼 카페트가 타액으로 흥건해지자 그는 욕지거리를 하며 구둣발로 내 엉덩이를 짓이겼다

이게얼만줄알면서그랬지니같은거백마리천마리실어와도못사는거야핥든지빨든지라도해서고대로원상복귀해놔이더러운년아 응?

소리를 꽥꽥 지르더니 그는 분을 삭이려는 듯 키친으로 사라지고 나는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닌까 열심히 쫓아가 몸을 흔들면 그래도 귀엽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않으려나 조금은 고민을 하다 까먹었다 배가 고파와서 그래 텅 빈 입맛이나 다신다 왠지 키친에서 들려오는 오늘 그의 저녁은 고기 냄새가 나고 그러면 나도 아마 그가 남긴걸 아주 조금은 먹을 수 있을 것이고 물론 나는 그게 내 정강이 고기 일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닌까 단지 외로움이 남들보다 좀 더 많아서 그래서 밤이 오면 씨발년아개년아죽을거같냐이족같은년아 응? 나를 안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할 만큼 다만 그저 외로움을 잘 탈 뿐인 사람이닌까 조만간 아마도 곧 나의 더러운 물통을 갈아주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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