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말듣쓰 2011. 8. 16. 15:24안경이라는 이름의 도주
막상 한번 보이지 않으면 한동안은 결코 나타나지않는것이 바로 안경인 이유는 아마 안경다리를 안경다리라고 불러서일테다 한번 달리기시작한 다리가 도저히 멈출 생각을 안하는건지 괜히 화장실만 들락거린다 이윽고 벽과 침대사이 침대와 사람사이에서 다섯번째 고대 유물을 발견할때 쯤에야 상황이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케이크 자르듯 침대 매트리스를 북북 썰었다 '어젯밤에 자면서 뒤척이다가 여기 깊숙히 들어간걸지도몰라' 매트리스의 하얗고 복실복실한 피가 천장으로 솟구치며 내 시야도 점점 복실복실하고 하얗게 바래갔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기세라면 십수분안에 시각을 잃을 것이다 그전에 녀석을 잡아야한다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 건방지고 괘씸한 놈의 발목에 철족쇄를 채워 내목에 걸고 말테다 그러나 어둠은 끝없이 눈앞을 좀먹고 다시는 뱉을줄 몰랐다 입에서 솜 맛이 난다 (암전) 조용한 눈가가 어느새 떨군 고개를 따라 흘러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그렇게 한방울씩 한방울씩 고여 그 자리에 하나의 맑은 렌즈가 남는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