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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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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1. 9. 22.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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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지하철 37호선이 놓여 질 무렵 사람들은 터질 것 같은 두통을 견디지 못해 밥 먹듯이 포르노그라피를 보게 되었다 보조개 핀 웃음이 친근한 여자가 어느새 발가벗겨져 허옇게 망가지고 마는 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른 모든 것들도 과히 범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고. 가령 지긋지긋한 상사나 전애인 혹은 생활 전부까지도

서울에 지하철 39호선이 놓여 질 무렵 공공연한 포르노그라피 유통에 대하여 시대의 윤리적인 잣대와 반성이 요구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아주 잠깐

서울에 지하철 40호선이 놓여 질 무렵 국문의 정신건강과 공중보건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명목아래 정부 관리 감독하의 포르노그라피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포르노그라피가 실제의 직접적인 삽입이 없는 단지 하는 척인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했고 다른 누군가는 모든 화면이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떠들었다 항간에는 약을 먹여 제정신이 아닌 배우를 사용한 것이라는 말도 있었으나 사실 사람들의 지배적인 관심사는 어떻게 포르노그라피를 만들었는지 따위가 아니라 다만 그것이 얼마나 자극적이며 얼마나 강도 높은 욕구를 제공하는지 였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국가 공인 시험 직전을 위해 인스턴트 포르노그라피가 제공되었고 이는 폭발하는 중압감을 해소시키는 데에 매우 대단한 역량을 보였다 욕구불만 환자를 위해 제작된 정신과 테라피therapy용은 플레이타임이 장장 2박 3일에 다다랐다 사람들은 더 큰 화면으로 더욱 더 선명하고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자기기를 사들여야했다 학생들은 아주 손바닥만한 기계에 포르노그라피를 넣어 학원가는 길마다 사이사이 간간히 틈틈이 짬짬이 기분을 전환할 수 있었다 물론 청소년에게 적합한 수준의 꽤 건전한 포르노그라피가 교육청을 통해 배포되었고 거기선 적어도 질내사정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에 지하철 44호선이 놓여 질 무렵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던 날 수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여자가 나체인 상태로 사당역에 나타났다 그녀는 지하철에 탑승하려했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쫓아와 비명 지르는 그녀를 어디론가로 데려갔다

서울에 지하철 45호선이 놓여 질 무렵 출근시간대의 3호선 열차가 선로 노화 문제로 탈선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태운 채 동호대교 아래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에 지하철 47호선이 놓여 질 무렵 사람들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두통을 견디지 못해 밥 먹는 시간에도 포르노그라피를 보게 되었다 긴 앞머리에 덧니가 친근한 여자의 거짓말처럼 텅 빈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자신이 나약하게 범해지고 마는 입장이 아니라 마땅히 누군가를 범하는 입장에 서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이 용서할 수 없는 세상의 용서할 수 없는 편으로 끝까지 남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넘친다고. 그 무렵 절대 올이 나가지 않는 스타킹이 특허 출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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