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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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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주의 2012. 11. 13. 19:17

감상문

라면 냄새가 피시방에 가득해서 얼굴을 계속 찌푸리게 된다 나는 도망쳐나올 필요가 있었다 내방으로부터. 그곳에는 언제나 방관하는 내자신이 존재한다 방관하는 내자신은 본디 허공으로 존재했었다 허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때문에 관심은 필요 없었다 허공은 허공을 먹으며 허공으로 자라간다 하나의 풍선이 숨으로 부풀어 성장하듯. 그것이 나를 허ㅡ하게 만드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내방을 감싼 벽지가 그 너머의 하늘을 감추는 것처럼 나를 감싼 피부가 내 안의 공포로부터 눈가리고 아웅을 한다 손발은 갖고 있지만 정작 모든 것에서 불능한 나, 방관하는 내 자신은 그렇게 가만가만히 태어나 커간다 방관하는 나는 자아를 갖추기 시작한다 방관하는 방법이 얼마나 적극적 일수 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녀는 내방의 아주 작은 신으로 행세하기 시작한다 방에 한사람을 가둬 놓고 그를 밤새 미치게 하기 계속해서 방관하기 그리고 다음날 아침해를 띄워주기 그 즈음하여 곧 나도 방구석에서 방관하는 나를 인식하게 된다 방관하려는 그녀와 그녀를 방관하지 못하게 하려는 나의 기기묘묘한 싸움. 싸움은 몇해를 지속하며 달린다 그 끝에 남는 것들은 바닥으로의 침잠 한차례 한차례 씩 방관은 자신을 통해 바닥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음으로써 아래로 가라앉는 중력에 가속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바닥은 눈속임이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눈속임 방관의 기가막힌 마술. 바닥에 통탄할 때마다 늘 그것은 깨어지고 새로운 추락은 시작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방관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그녀의 파괴력은 그렇게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방임당한다 싸움은 싸움으로 성립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갖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내방으로부터 그녀가 존재하는 내방으로부터 떠나기로 했다 신이 없는곳으로 누군가 나를 침범할 수 있는 곳으로 어떤 강한 힘이 나를 뚫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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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2. 11. 10. 21:39

스티커




붙였다 떼어낸 자리마다 언제나 또다시 그림자처럼 돋아나는


검은 이끼가 있어


늘 네 형상을 닮은 채로 짙게 짙게 스며나온다




이끼 긁어낸 손톱 끝자락마다 지저분하게 물든


검은 화석이 있어


어느새 또다른 손톱으로 자라나 새로운 스티커를 떼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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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듣쓰 2012. 10. 18. 18:00

약수역 광동수산 물오징어

약수역 광동수산 물오징어
늘상 광어고 우럭이고 뻐끔대는 수조에
어느날 시퍼런 인어 한마리 가득찼다

약수역 광동수산 물오징어
그녀 눈이 그리는 동해 어디보다도
물때 그득한 누런 어깨가 더 비리다

약수역 광동수산 물오징어
잡어에 일가견 있다는 사장님
허리 아래론 매운탕 허리 위로는 지리?


백사십사번 버스 타러가는 길
고음의 괴성이 거리를 채우는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물거품이라는 건 실은

아주 빨간
물거품으로 끝난다는 거

약수역 광동수산 물오징어
늘상 광어고 우럭이고 뻐끔대는 수조
막내 공주님 열일곱번째 생일맞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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